홍콩과 한국, 어느 법원에 이혼 소송? 국제이혼 사건의 재판관할과 준거법의 문제

흔히 국제이혼이라고 하면 국제결혼 거플의 이혼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법적인 의미에서의 국제이혼은 그보다 넓은 개념이다. 한국인 사이의 이혼이라 하더라도 어느 일방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국제이혼에 해당한다. 국제이혼이 문제되는 이유는 국내이혼과 달리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이 검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

흔히 말하는 ‘어느 나라 법원에 이혼을 신청해야 하는가’가 국제재판관할의 문제이고, ‘어느 나라 법에 따라 이혼해야 하는가’가 준거법의 문제이다.

이를테면 유학이나 취직을 이유로 A라는 나라에 거주하는 부부가 서로 다른 B와 C라는 국적을 보유하는 경우, 거주 국가(A)의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겠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즉, 국제이혼의 경우는 어느 나라의 법원에 이혼을 신청할 것인지 변호사와 검토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A라는 국가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해서 A국가의 법원이 반드시 A국가의 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은 국제이혼 사건에 어느 법을 적용하는지에 대한 룰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얘기하자면, 영국인 부부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면 적용될 법은 한국법이 아니라 영국법이 된다. 따라서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준거법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것도 국제이혼 변호사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홍콩 법원의 국제이혼 재판관할권

국제이혼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다양한 국가의 이혼법의 내용을 확인하게 되고 그 나라의 법원이 또 어떤 식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오늘은 홍콩의 경우를 간단히 살펴본다.

홍콩 법률사무소의 설명에 따르면 홍콩법원은 다음과 같은 같은 경우 홍콩법원의 재판관할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section 3 of the Matrimonial Causes Ordinance (Cap. 179)).

  • 이혼 신청 당시 일방 배우자의 주소지가 홍콩인 경우
  • 일방 배우자가 3년간 계속 체류하여 홍콩이 상거소지가 된 경우; 또는
  • 일방 배우자와 홍콩 사이에 실질적 관련(substantial connection)이 있는 경우

앞의 두 요건은 비교적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나 문제는 마지막의 경우이다. ‘실질적 관련성’은 우리나라 법원이 국제이혼의 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원칙적 기준이기도 하다.

홍콩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실질적 관련성’은 당사자가 홍콩에 장기 체류하며 일을 하고, 그 결과 홍콩이 생활의 중심지가 되었을 경우에 인정된다는 것 같다. (다만 그와 같은 사정이 일방 당사자에게서만 발견되면 족한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그러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지는 다소 불명확해 보인다)

따라서 단지 이혼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홍콩으로 들어와서 3년 미만 거주한 경우, 과거 홍콩에서 산 적이 있다거나 홍콩에서 혼인을 한 사정이 있는 경우, 홍콩에 재산을 보유하는 경우 등은 거의 대부분 관할이 부인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거주하던 부부의 일방이 홍콩으로 떠나 별거가 시작된 경우의 재판관할

이상의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예를 들어 X와 Y가 한국에서 대부분의 혼인생활을 보내다가 X가 별거를 선언하며 홍콩으로 출국해버린 경우, 홍콩법원으로서는 X의 이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X가 한국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피고인 Y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꾸로 Y가 외국에 사는 X를 상대로 한국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점인데, 이미 본 바와 같이 홍콩법원이 재판관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면 한국법원으로서는 한국법원의 재판관할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물론 한국법원이 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근거와 사정은 이밖에도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테면 X와 Y의 혼인생활지가 한국이었다는 점이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테면 X와 Y가 줄곧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잠시 들어와 있던 상황이라면 ‘혼인생활지’가 한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긍정하기는 조금 어렵고, 그러기 위해서는 홍콩이나 미국의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방 배우자가 해외로 출국해버린 경우의 우리나라의 법원 실무

우리나라 법원의 실무상으로는 위와 같은 경우, 즉, 배우자 일방이 국외로 출국해버린 경우, (i) 출국한 배우자가 행방불명이라는 당사자의 진술을 받아들여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판결을 내리는 경우, (ii) (행방불명 문제는 제껴두고) 원고가 한국인이고 오직 이혼만을 청구하는 사건이라면 국제재판관할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이혼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이혼은 자국민의 신분상의 문제이므로 주권의 일부인 재판관할권이 당연히 미친다는 전제), 그리고 (iii) (이혼을 넘어 재산분할이나 친권 문제까지 심판의 대상으로 정한 경우) ‘실질적 관련성’을 유연하고도 폭넓게 해석하여 재판관할을 인정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결국 국제이혼 사건의 관할 문제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홍콩법이 준거법이 되는 경우 홍콩법의 내용

유책주의

홍콩 사법기구의 설명에 따르면 홍콩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 즉 이혼을 하고자 하는 자가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결혼 1년 이내에는 이혼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50:50의 재산분할

홍콩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재산분할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상으로 50:50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룰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주장, 입증해야 한다. 50:50 균등한 분할 원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정당한 이유로는 한국법이 말하는 특유재산이 있거나 결혼기간이 짧거나 특별하고도 현저히 기여한 바가 있는 경우라고 한다.

배우자 부양의무

홍콩은 우리나라와 달리 이혼한 당사자에게 자녀 양육비뿐만이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 책임(alimony) 또한 지우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와 달리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가 따로 인정되는 결과 재산분할에 있어서도 50:50이라는 룰이 비교적 강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우리나라의 경우는 법원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배우자의 부양의 요소 또한 고려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재산분할과 부양의 문제에 있어 홍콩 이혼법은 우리 법과 사뭇 다른 내용을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배우자가 홍콩에 있는 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준비할 때는 어느 나라의 법에 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유리할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물론 당사자가 준거법 자체를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각각의 국가의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그 경우 해당 국가에서 어느 나라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 어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혼에 국제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단순히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민법에 따르면 이러이러하다’라고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리서치가 필요할 수 있고 외국 변호사와의 협업이 필요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국제이혼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혼과 같은 가사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제 업무 전반에 공통되는 얘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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