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않는 협의이혼 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 소수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으로서 미국의 각 주는 법원의 관여 없이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한 이혼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국적을 보유한 자가 한국에 살면서 한국 국적의 배우자와 이혼하는 경우, 가장 간편한 방법은 역시 협의이혼이라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이 한 협의이혼은 미국에서 효력이 인정되는가? (한국에서 효력이 인정됨은 당연하고, 따라서 한국 내에서 두 사람은 이혼한 사이가 된다)
합의에 의한 외국인과의 이혼은 협의이혼보다는 재판상 이혼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미국에서는 협의이혼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미국인이 배우자인 경우에는 협의이혼이 아니라 재판상 이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 일반적인 것 같다. 필자도 그와 같은 결론에는 동의한다. 협의이혼이 가능하다면 재판상 이혼을 통해 이혼을 마무리짓는 것도 쉽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효력(이혼재판의 승인)도 특별히 걱정할 것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협의이혼이 미국에서도 유효한가의 문제는 후혼, 즉 협의이혼을 하고 미국에서 재혼한 경우, 재혼의 효력을 무효로 돌리고자 하는 자가 제기하고 나서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미국 국적의 교포가 한국에서 협의이혼을 한 후 미국으로 가서 미국인과 재혼한 경우, 미국인 남편측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청구를 봉쇄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한 협의이혼은 무효이므로, 미국에서 한 결혼은 중혼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재산분할이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협의이혼은 미국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설명이 과연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생긴다.
한국에서 한 협의이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미국에서 유효하다
아마도 위와 같은 설명은, 예를 들어 미국에 상거소지를 둔 부부가 이혼을 쉽게 하기 위해 협의이혼이 허용되는 국가로 여행하여 이혼을 한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법학자들의 설명을 들여다 보면 외국에서 한 재판외의 이혼(nonjudicial divorce)도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면 미국에서도 유효하다고 한다.
① 적어도 배우자 중 한 명이 해당 국가에 상거소지를 두고 있을 것
② 해당 이혼이 당해 국가 법률상 유효할 것
③ 해당 이혼이 미국의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을 것
사안을 들여다 보면 주로 종교적 율법에 따라 해외에서 이루어진 이혼의 효력이 뒤늦게 미국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얘기한 대로, 출신국 또는 장기간 거주하던 국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외 이혼을 한 뒤 미국에서 재혼을 하였는데, 후혼 배우자가 어떠한 동기에서 외국에서 한 이혼은 미국의 주법이 인정하지 않는 nonjudicial divorce에 해당하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본인과의 결혼은 중혼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혼 문제를 배우자 일방이 거주하는 곳의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상기 ①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외국에서 한 이혼의 효력을 존중해 주고 있고, 따라서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외국에서 한 재판외의 이혼이 무효라고 판결 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협의이혼은 법원의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아야 하므로 법원과 완전히 무관한 절차라고는 말할 수 없다(반면 구 민법상 협의이혼, 즉 현재 일본법이 인정하고 있는 구약소(구청)에 이혼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은 완전한 의미에서의 nonjudicial divorce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기와 같은 논의가 반드시 우리나라 협의이혼을 사정 범위 내에 두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어찌되었든 (완전한 의미에서의) 협의이혼도 미국에서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만약에 서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의 부부가 협의이혼이 인정되는 국가에서 이혼하는 데 합의하고 실제로 협의이혼을 한 경우는 어떤가? ①의 요건은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것이므로, 쌍방이 어느 국가에서 이혼하기로, 즉 관할에 합의한 경우, 협의이혼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지 않는가? 미국 법원의 입장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오하이오주 법원의 경우는 이혼 관할은 당사자가 선택・합의로 정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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