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받은 판결의 한국 내 효력 및 한국에서 집행하는 방법에 대하여

재판은 기본적으로 국가 주권의 문제이므로, 다른 나라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그것이 당연히 한국에서도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외국에서 이미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한국에서 다시 재판을 하라고 하는 것은 국제 민사사건의 신속하고도 통일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부적절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수의 국가가 외국법원의 판결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자국 내에서도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한국법상으로 외국재판의 ‘승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승인 요건을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외국의 판결은 (i) 확정된 것이어야 하고, (ii) 외국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iii) 적법한 송달이 있었어야 하고, (iv) 판결의 내용이 한국의 선량한 풍속 등에 반하지 않아야 하며, (v) 한국과 그 외국 간에 상호보증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A가 마찬가지로 미국에 사는 B로부터 사기를 당해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미국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B가 법원으로부터 서류를 송달받아 재판에 참여하여 결국 A의 승소로 재판이 종료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와 같은 미국법원의 판결은 한국에서도 효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예를 들어 미국법상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과 같이 한국법이 허용하지 않는 손해가 인정된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위 다섯 가지 요건 중 네 번째, ‘판결의 내용이 한국의 선량한 풍속 등에 반하지 않을 것’에 저촉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아니지만 손해배상액이 한국법원의 실무에 비해 상당히 높게 인정된 경우는 어떨까요?  한국 법원은 그것만으로는 승인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승인절차는 외국법원의 판결 내용이 구체적으로 타당한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기 때문입니다.  이를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앞서 든 예에서 B가 판결이 내려진 후 한국으로 도피하였고, 미국 내에는 아무런 재산이 없는 반면 한국에는 재산이 있다면, A는 미국법원의 판결을 가지고 한국에 있는 B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 절차는 A가 B를 상대로 한국법원에 집행판결을 신청하는 것이 됩니다.  집행판결은 재판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법원에서 몇 차례의 변론을 거치게 되고, 법원은 앞서 말한 다섯 가지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든 외국판결이 집행판결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행판결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판결문상의 의무를 자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와 같은 ‘이행’이 문제 되지 않는 판결, 예를 들어 외국법원 이혼판결은 따로 집행판결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 외국법원의 양육비지급판결은 상대방의 이행을 필요로 하므로, 이것으로 한국에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집행판결을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앞서 외국법원의 판결은 확정된 것이어야만 한국에서 승인 및 집행(강제집행)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한국에서 채무자(피고)의 재산을 임시적으로 압류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네, 한국법원은 그와 같은 가압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에서 재판을 하는 경우에도 한국에 있는 채무자의 재산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 한국 법원에 가압류신청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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