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물품공급・서비스제공 계약 체결 시의 유의사항:① 지체상금 조항

한국기업과 물품공급 또는 서비스제공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한국기업측으로부터 받은 계약서에 지체상금이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지체상금이란 계약이 정한 물품 또는 서비스가 정해진 기한 내에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 그 지연일수에 따른 일정한 금액을 발주자 또는 주문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체상금률 0.15%”라고 하면 “총계약금액 X 지체일수 X 0.15%”가 주문자가 지급받는 지체상금이 된다.  한국에서는 국가조달계약, 공사계약, 물품공급계약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지체상금의 존재 이유

계약을 위반한 쪽이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어느 나라의 법상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위와 같은 지체상금 조항이 자주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주자 입장에서는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안 갚은 경우라면 그에 따른 손해의 계산과 입장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그러나 물건의 인도가 지연되는 경우, 그로 인해 사업자가 입게 되는 손해의 계산이란 간단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야 하고, 손해액의 산정 문제만을 놓고 소송으로 분쟁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 관계를 간소화하고 분쟁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가 바로 지체상금이다.

지체상금의 청구 요건

지체상금은 한국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 즉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으로 취급된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므로 발주자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손해의 발생이나 손해액의 입증은 필요 없다.

지체상금의 감액

그런데 이와 같은 지체상금 약정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의 법원은 아래의 판례에서도 보이듯이 형평의 원칙에 기초하여 지체상금을 감액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그 약정에 따라 산정한 지체상금이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계약금액에 대한 지체상금의 비율, 지체의 사유, 지체상금의 액수,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감액할 수 있다. 또한 지체의 사유가 채무자의 지체책임을 면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사유까지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지체상금을 감액할 수 있다(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3다6705, 6712 판결 등)”

당사자들이 지체상금에 대해 미리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에 사후적으로 개입하여 그 감액까지 인정하는 근거는 한국의 민법 제398조 2항에서 찾을 수 있다.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와 같은 지체상금의 감액 문제는 재판부의 직권 판단사항이라는 점이다.  즉,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손해와의 관계

지체상금은 이행 지연에 따른 손해액을 미리 정한 것이므로 발주자에게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대방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상대방이 손해가 없음을 증명한다면 지체상금은 감액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발주자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이 지체상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 당사자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초과분의 손해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과 계약서 협상을 할 때 실제 손해액이 지체상금을 초과하는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협의하고 그에 관한 조항(예를 들어 지체상금의 1.5배를 초과하는 실제 손해액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사실을 입증하여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체상금 감액이 인정된 실제 사례

A사는 일본의 도시바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전기기관차를 제작하여 B사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부품조달에 지연이 발셩하였고 이로 인하여 A사는 정해진 기한 내에 전기기관차를 공급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B사는 계약서에서 정한 지체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A사는 지체상금의 감액을 주장하여 결국 소송으로 비화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체상금의 감액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동일본 대지진이 A나 도시바의 생산시설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일본 내의 전반적인 산업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사정이 전기기관차 부품 생산 공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통 자연재해, 정부의 정책 변경 등과 같이 계약당사자의 통제 가능 영역을 뛰어넘는 사정으로 인해 계약상의 의무 이행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그와 같은 사정을 책임면제사유(즉, 이른바 ‘불가항력(force majure)’)로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의 인정에 매우 엄격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위 사례에서도 A사는 동일본 대지진을 불가항력의 하나인 ‘대규모의 자연재해’로 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와 같은 경우 책임면제사유가 아니라 책임감경사유, 즉 위 사례와 같이 지체상금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액의 감액을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 어

한국 기업과의 사이에 체결하는 계약서에 지체상금조항이 들어가 있는 경우, 계약 체결 후 지체상금액의 적정성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특히 최근의 신종코로나(COVID-19) 사태에서 보이듯이 외부 환경의 영향에 따른 제작 공정, 부품 확보의 지연은 계약의 불이행 또는 지체라는 기업의 법률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 법원이 지체상금의 감액이라는 법적 수단을 통해 사후적으로 계약당사자의 사이의 형평을 조절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기업과의 계약을 처리하는 기업실무자 입장에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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