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에 대한 국제집행관할의 문제

국제거래가 활발해지고 외국기업이나 외국인과의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한국 법원에서 승소한 채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법원을 통한 강제집행을 하게 되고, 이 경우 국내에 소재한 채무자의 부동산이나 동산은 채무자가 외국기업이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자라 하더라도 집행대상이 된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이다.  채권은 부동산이나 동산과 달리 형체가 없어서 ‘국내에 소재하는 채권’이란 개념과 친숙하지 않다.  따라서 집행대상이 되는 채권의 채권자(즉, 소송에서 패소한 자, 이하 “집행채무자”라 한다)가 외국기업이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자인 경우, 혹은 집행채무자는 국내에 있지만 그 채권의 채무자(즉, 제3채무자)가 외국기업이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자인 경우, 한국 법원을 통해 채권을 압류하는 것이 가능한지, 아니면 외국법원에서 집행을 하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국제집행관할의 문제라 한다.

국제집행관할의 판단 기준

국제집행관할의 판단 기준에 관한 국내법이나 국제조약 또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명시적으로 다룬 판례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3. 4. 18. 선고 2012나63832 판결은 “특정 국가의 집행관할권은 자국의 영토 등에 한정되어 미치며, 외국에 있는 재산에 관하여 강제집행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조약 또는 상대국의 동의가 있거나 외국판결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상대국의 허락 없이 곧바로 외국 소재 재산에 관하여 주권을 전제로 하는 강제집행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관습법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되었으나(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205198 판결), 이 사건은 체납압류 사안으로 적용규정을 달리하는 일반채권집행의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과연 국세징수법 기본통칙은 압류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국세징수법의 효력이 미치는 지역, 즉 국내에 있는 재산으로 한정하고 있고, 대법원 판결 또한 위와 같은 원심의 일반론을 재설시하거나 인용하지 않고 단지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된 예금에 대한 반환채권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국세징수법에 따른 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재산에 대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위와 같은 견해는 타당해 보인다.

결국 채권집행의 국제집행관할을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국내법과 국제 규범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과거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의 국내 재판관할 규정을 유추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집행관할을 규율하는 민사집행법 제224조를 유추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제224조(집행법원) ①제223조의 집행법원은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으로 한다. 
②제1항의 지방법원이 없는 경우 집행법원은 압류한 채권의 채무자(이하 “제3채무자”라 한다)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으로 한다. 다만, 이 경우에 물건의 인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과 물적 담보권 있는 채권에 대한 집행법원은 그 물건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으로 한다. 
③가압류에서 이전되는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223조의 집행법원은 가압류를 명한 법원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으로 한다.

이와 같은 민사집행법 제224조 규정을 유추하면, 집행채무자가 국내에 보통재판적이 있는 경우(즉,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 등이 한국에 있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가 외국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내 법원에 압류신청을 하여 집행절차에 나아갈 수 있고, 집행채무자가 외국기업인 경우(즉, 보통재판적이 한국에 없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국내에 있으면 국내 법원을 통한 채권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법원실무제요 또한 강제집행의 대상이 채권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외국에 있더라도 그에게 압류명령을 송달하기만 하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고 그 밖에 집행절차상 다른 실력행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법원의 집행재판권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국에 있는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 문제

민사집행법 제227조는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였고 호주, 중국 등과는 민사 및 상사에 관한 사법공조조약도 체결하였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이 외국에 있는 제3채무자에 대한 압류명령을 내리는 경우에는, 헤이그송달협약과 사법공조조약에 따른 송달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외국으로 하여야 할 송달에 관하여도 공시송달이 가능은 하나, 현재 법원 실무는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불능된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보정명령을 명하고 보정기간 내에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재송달도 불능으로 된 경우에는 공시송달을 하지 않고 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따라서 제3채무자가 외국에 있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집행관할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제3채무자의 송달주소를 알지 못하거나 송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외국 법원에 압류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은 국제집행관할의 문제와 구별되는 국제집행의 실효성의 문제인데, 외국으로의 송달 외에도 추가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있다.  즉, 외국에 있는 제3채무자가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 집행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데, 제3채무자의 재산이 한국에 있다면 한국에서 추심의 소를 제기하면 족하지만, 만약 한국에 재산이 없다면 외국에서 추심의 소를 제기할 때 외국법원이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의 효력을 승인해 줄 것이냐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외국 법원이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채권자는 외국에서 다시 압류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맺음말

이와 같이 대한민국 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외국에 있는 채무자나 제3채무자에 대하여도 채권에 관한 국제집행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실제에 있어 한국에서의 집행이 실효적인지는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  특히 제3채무자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데,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거나, 제3채무자가 압류명령에 복종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외국에서 압류의 경합이나 이중변제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제3채무자가 한국과 특별한 접점이 없고 한국에 재산도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이 아니라 외국 법원에서 집행에 착수하는 것이 보다 실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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